들어가며 — 이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
"시행사가 법을 어겼다는데, 내가 계약을 해제하고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가?"
오피스·지식산업센터·생활형숙박시설 수분양자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입니다. 그 답은 "단순히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결정되지 않습니다. 어떤 법리를 근거로, 어떤 요건이 충족됐을 때, 누구를 상대로 주장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전혀 달라집니다.
2024년~2025년 사이 대법원은 이 쟁점에 관한 중요한 판결을 연달아 선고하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판결들의 핵심 내용을 정확하게 짚고, 현장 수분양자가 실제로 어떤 순서로 사안을 검토해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① 건축물분양법이란 무엇인가 — 법의 구조부터 이해해야 한다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이하 '건축물분양법')은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오피스 등 비주거 건축물의 선분양 과정에서 수분양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입니다. 주택법이 아파트를 규율하듯, 이 법은 비주거 분양건물의 전 과정을 규율합니다.
핵심 조문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5조·제6조 (분양광고 및 분양계약 체결) — 분양사업자는 분양광고 시 용도지역, 교육환경보호구역 해당 여부,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 등 법정 필수 기재사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건축물분양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각 호). 이를 누락하면 관할 허가권자로부터 시정명령(제9조)을 받게 됩니다.
제7조 (설계변경 제한) — 분양사업자가 사용승인 전에 설계를 변경하려면, 원칙적으로 수분양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제1항). 동의 없이 변경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제10조 제2항 제6호).
제6조 제4항·시행령 제9조 제1항 제11호 (약정해제권) — 분양사업자가 ①시정명령을 받거나 ②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③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는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대부분의 분양계약서는 이 내용을 약정해제 조항으로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② 2025년 대법원 판결 — "위반의 경중은 따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하급심 법원들은 건축물분양법 위반이 있더라도 **"위반이 경미하고 계약 목적 달성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다면 해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이 논리에 막혀 수분양자들의 계약 해제 청구가 기각되는 사례가 상당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25년 잇달아 이 흐름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 2025. 7. 3. 선고 2024다204986 판결은, 분양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 제7조 위반(설계변경 사전 미통보)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안에서, 그 위반사항이 중대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약정해제권이 발생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약정해제 조항은 채무불이행에 따른 법정해제와 달리, 계약서에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그 자체로 해제권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어 대법원 2025. 12. 24. 선고 2025다215248 판결은 시정명령 사안에서도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였습니다. 약정해제권 발생 요건은 계약에서 정한 내용에 의해 결정되므로, 시정명령을 받게 된 위반사항이 중대한 위반사항에 해당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에서 문제가 된 위반은 분양광고에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를 기재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이 두 판결의 의미는 명확합니다. 분양계약서에 약정해제 조항이 있고,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벌금형·과태료 중 어느 하나라도 받았다면, 위반의 크고 작음과 무관하게 수분양자의 해제권이 인정됩니다.
③ 신탁 구조에서 쟁점 — 위탁자(시행사)의 위반이 약정해제 사유가 되는가
비주거 분양 현장의 상당수는 관리형 토지신탁 구조를 사용합니다. 이 구조에서는 신탁사(수탁자)가 법적으로 토지·건물의 소유자이자 분양계약의 매도인이 되고, 시행사(위탁자)는 실질적 사업 주체로 남습니다.
문제는 시행사(위탁자)가 건축물분양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분양계약서에 "매도인인 신탁사가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라고 표현된 약정해제 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입니다.
하급심 법원은 엇갈렸습니다. "매도인은 신탁사이므로 시행사의 처벌은 해당 없다"는 판결(부산지법 2023. 5. 17. 선고 2022나60202 판결)과 "신탁사가 분양사업자에 해당하는 이상 시행사 처벌도 해제 사유"라는 판결이 공존했습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은 위탁자가 건축물분양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분양계약상 약정해제사유에 해당하고, 분양계약은 수분양자의 약정해제권 행사로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5년 선고).
즉, 분양계약서에서 '매도인'이 신탁사로 표기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건축물분양법을 위반하여 형사처벌을 받은 주체가 시행사라면 약정해제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쟁점은 분양계약서의 구체적 문언과 신탁계약의 내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계약서의 정밀한 검토가 필수입니다.
Q&A — 약정해제 조항이 없는 계약서라면 어떻게 하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대법원 판결들은 모두 분양계약서에 약정해제 조항이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약정해제 조항이 없는 분양계약에 관해서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바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민법상 일반 법리로 접근합니다. 건축물분양법 위반이 계약 체결의 중요 동기에 관한 착오(민법 제109조) 또는 기망(민법 제110조)에 해당하면 계약 취소를 주장할 수 있고, 준공 지연이 심각한 경우 채무불이행에 의한 계약 해제(민법 제390조, 제544조, 제546조)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어떤 법리가 더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는 해당 현장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④ 채무불이행 해제 — 준공 지연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약정해제 조항이 없거나, 건축물분양법 위반 이외에 추가로 채무불이행 해제를 주장하려는 경우, 준공 지연의 정도가 문제됩니다.
최근 법원은 입주 예정일로부터 1년 이상 준공이 지연된 경우 계약 해제 사유가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울산지법 2025년 판결). 중요한 점은, 재판부가 "코로나19, 국제 분쟁으로 인한 자재 가격 상승도 분양 당시 이미 상당 부분 예견 가능했던 사정"이라고 보아 불가항력 면책 주장을 배척했다는 것입니다.
계약서에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적 사유로 입주가 지연된 경우 해지를 요구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더라도, 그 조항을 근거로 입주 예정일을 제한 없이 임의 변경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분양계약서 상 준공(사용승인) 예정일과 현재 공정 현황을 대조하여 지연 기간을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⑤ 해제 의사표시의 방식 — 작은 실수가 해제를 무효로 만든다
2025다215248 판결에서 원심이 수분양자의 청구를 기각한 이유는 건축물분양법 위반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해제 의사표시를 계약 당사자 전원에게 적법하게 도달시키지 않았다는 절차상 문제였습니다.
이 판결의 실무적 함의는 명확합니다. 수분양자로서는 해제 통보 시 분양계약 당사자 전원에게 해제 의사표시를 도달시키는 것이 안전하며, 실무적으로는 매도인, 시행사, 신탁사 모두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이 추후 분쟁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또한 분양계약서에서 계약 해제 사유를 특유하게 정해 두고 있고, 그 해제 사유가 최고가 무의미한 경우에는 별도의 최고 없이도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4다14429 판결 참조).
즉, 약정해제 조항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했다면, 이행을 최고(催告)하지 않고 바로 해제 통보를 발송할 수 있습니다.
⑥ 분양대금 반환 소송 — 신탁사 고유재산까지 집행 가능한가
수분양자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관심은 "돈을 실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가"입니다. 분양계약이 해제되더라도, 시행사의 재산이 없거나 신탁 재산이 고갈된 경우 회수가 어렵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24다204986 판결은 신탁사의 고유재산 책임 범위에 대해서도 중요한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대법원은 분양계약 제18조 제3항에서 "신탁계약이 해지 또는 종료되는 경우 분양계약에 기한 신탁사의 모든 권리와 의무가 위탁자(시행사)에 면책적으로 승계된다"고 규정한 경우, 이를 면책적 계약인수약정으로 보아 신탁계약 종료 여부에 따라 분양대금 반환 의무의 귀속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분양계약서의 신탁 관련 조항 내용이 신탁사에 대한 청구 가능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 조항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 신탁계약이 현재도 유효한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휘명이 이 분야를 깊이 다루는 이유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은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오피스, 생활형숙박시설 분양계약 해제·분양대금 반환 소송을 2026년 3월 현재 100건 이상 수행하였거나 수행 중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법리들 — 건축물분양법 위반에 따른 약정해제, 관리형 토지신탁 구조에서의 신탁사 책임, 채무불이행에 따른 법정해제, 해제 의사표시의 절차적 요건 — 을 모두 실제 소송에서 다룬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관리형 토지신탁 구조에서 신탁원부·신탁계약서를 분석하여 신탁사를 공동피고로 삼는 전략, 분양광고 원본을 보전하여 건축물분양법 위반을 입증하는 방식 등은 이 분야를 깊이 다루지 않은 변호사에게는 생소한 실무 영역입니다.
현대테라타워 시흥시청역 분양계약과 관련하여 계약 해제 또는 분양대금 반환을 검토 중이라면, 분양계약서, 분양광고 자료(캡처본 포함), 중도금 대출 관련 서류를 준비하시어 구체적인 법리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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