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계약 후 건물이 바뀌었다면? 법적으로 어디까지 보호받을 수 있나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수년을 기다렸는데, 막상 입주 시점에 보니 마감재, 내장재가 분양 당시 설명과 달라진 경우가 있습니다. "설계가 변경됐습니다"라는 통보 한 줄만 받은 분들도 있고, 동의서에 사인을 했지만 도면 한 장 제대로 받지 못한 분들도 있습니다.
2024년 11월,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분양사업자 측에 형사 유죄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벌금형이지만, 건축물분양법 위반으로 사업자가 형사처벌까지 받은 사건이라는 점에서 분양계약 분쟁을 다루는 입장에서 눈여겨볼 판결입니다.
사건 개요 — 부산 기장, 상업용 건물 설계변경 미동의 사건
사건번호: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3고단1012
선고일: 2024. 11. 19.
판결 결과: 피고인(대표이사) 및 법인 각 벌금 1,000만원
이 사건의 배경은 부산 기장군 소재 제2종 근린생활시설(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약 40,871㎡) 분양 사업입니다. 시행법인(㈜B)은 신탁사(㈜C)와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구조에서 건축주 명의는 신탁사였고, 시행사는 그 뒤에서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했습니다.
문제는 사용승인 전에 다음과 같은 설계변경이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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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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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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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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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층 및 내부 방수 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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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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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수도료 제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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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층 바닥 마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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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재 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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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질 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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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층 주차장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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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처리 후 수성페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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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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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층 외부 창호 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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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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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유리 (일부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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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용 배기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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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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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로코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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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전반 차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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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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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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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생활시설 전용부위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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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시공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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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 공사분으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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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경이 이루어지면서 수분양자들은 분양계약 체결 당시 기대했던 수준의 건물을 인도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핵심 쟁점 ① — 신탁 구조에서 시행사가 '분양사업자'인가
피고인 측은 "건축주 명의가 신탁사(㈜C)이므로, 우리(㈜B)는 건축물분양법상 분양사업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기각
법원은 다음 사실들을 근거로 시행사 ㈜B가 실질적 분양사업자라고 인정했습니다.
-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에서 신탁사는 명목상 건축주에 불과하고, 설계·감리 업무는 실질적으로 ㈜B가 담당한다고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었음
- 시공사와의 실질적인 공사도급계약 당사자도 ㈜B였음
- 분양대금 반환의무, 지체상금, 소송비용 등 모든 실질적 책임을 ㈜B가 부담하기로 약정되어 있었음
- ㈜B 관리이사 스스로도 수사 과정에서 동의를 받아야 할 의무가 ㈜B에 있음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바 있음
건축물분양법 제2조 제3호는 분양사업자를 '건축법상 건축주로서 건축물을 분양하는 자'로 정의합니다. 법원은 명의가 아닌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했습니다.
핵심 쟁점 ② — 동의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처벌 대상인가
피고인 측은 "설령 일부 절차가 잘못됐다 해도, 형사처벌 규정이 단순히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를 처벌하는 것이지, '절차 하자가 있는 동의'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기각
건축물분양법 제7조 제1항은 분양사업자가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설계변경 시 수분양자 전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합니다. 제3항에서 그 절차를 시행규칙에 위임하고, 시행규칙 제8조 제1항은 다음을 명시합니다.
동의 시 필수 절차 (건축물분양법 시행규칙 제8조 제1항)
- ✅ 서면동의 방법으로 받을 것
- ✅ 동의를 구하기 전에, 해당 설계변경을 한 건축사의 날인이 있는 관련 도서와 설명서를 방문판매법상 계약서면 교부 방법으로 수분양자에게 제공할 것
이 사건에서 ㈜B는 동의서를 받을 때 건축사 날인 도면을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것이 단순한 절차 위반이 아니라 법 제7조 제1항 전체를 위반한 것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핵심 쟁점 ③ — 대표이사에게 고의가 있었나
피고인 측은 "절차 위반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고의 인정
결정적인 증거는 수사 과정에서 압수된 공사도급계약서들이었습니다. 해당 계약서 표지에 **'설계미동의'**라고 직접 기재되어 있었고, 이를 근거로 법원은 대표이사가 수분양자 전원의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B 직원이 수분양자에게 제시한 동의서 양식에는, 시공사 ㈜E이 초안으로 만들어 전달한 도면 첨부 부분이 의도적으로 삭제되어 있었다는 점도 고의 인정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 판결이 수분양자에게 주는 시사점
이 사건은 형사 사건이지만, 민사 분쟁과도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민사 소송에서 활용하면 다음과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① 분양계약 해제권의 근거
건축물분양법 제7조 위반은 계약 내용의 중대한 불이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분양자 측에서 계약 해제 및 분양대금 반환 청구를 할 때 위법한 설계변경이 있었다는 사실은 유력한 주장 근거가 됩니다.
② 손해배상 청구
마감재, 내장재가 계약 당시와 달라졌다면 그 차액 또는 교체 비용에 해당하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③ 관리형 신탁 구조에서도 시행사 책임 추궁 가능
신탁사가 명의상 건축주라는 이유로 시행사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이 판결처럼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무에서 자주 보이는 설계변경 동의서의 문제점
17년간 분양 관련 분쟁을 다루어 온 경험에서, 설계변경 동의서와 관련하여 가장 자주 발견되는 문제점을 정리합니다.
- 도면 없는 동의서: 변경 내용을 글로만 설명하고, 건축사 날인 도면을 첨부하지 않은 경우
- 포괄적 동의: "향후 발생하는 일체의 설계변경에 동의합니다" 식의 백지 위임 동의서
- 시공 완료 후 소급 동의: 이미 변경된 사실을 나중에 통보하고 사후 동의를 받는 경우
- 일부 수분양자 동의 누락: 전원 동의를 받지 않고 일부만으로 절차를 마친 것처럼 처리한 경우
이러한 경우 모두 건축물분양법 제7조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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