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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건물, 관리단

분양계약서에 "관리인은 분양회사가 지정한다"고 써있다면? 그 조항, 처음부터 무효입니다 [서울고법 2025라2035]

by 박휘영 대표변호사 2026. 4. 27.

 

집합건물 관리단집회 소집허가 | 관리규약 무효 | 분양자 지정 관리인 효력


집합건물을 분양받을 때,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보셨나요? 수십 페이지 분량의 계약서 어딘가에 이런 문구가 박혀 있을 수 있습니다.

 

"분양자가 지정하는 자를 관리인으로 임명하는 데 동의한다." "분양자가 지정하는 관리대행사와 관리계약을 체결한다."

 

이 문구를 읽고 그냥 도장을 찍은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입주 후 몇 년이 지나도록 분양회사 측 관리인이 건물을 장악한 채, 구분소유자들이 관리단집회 하나 제대로 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는 합니다.

 

2025년 5월 13일, 서울고등법원은 바로 이 구조에 정면으로 칼을 댄 결정을 선고했습니다(서울고법 2025. 5. 13.자 2025라2035 결정).


① 이 사건, 무슨 일이 있었나

 

서울 송파구 소재 집합건물(전유부분 310여 개, 구분소유자 312명)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분양자는 매매계약서 제14조에 아래와 같은 내용을 집어넣었습니다.

 

  • 분양자(또는 분양자 지정인)를 소유권이전등기 이후 관리인으로 임명
  • 분양자가 지정한 관리대행사와 관리계약 체결
  • 관리인 최초 임기는 사인 후 10년

 

구분소유자들은 2024년 9월, 정식 관리인에게 임시 관리단집회 소집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관리인을 자처하는 A2는 이를 무시했습니다. 결국 구분소유자 65명 이상이 법원에 관리단집회 소집 허가를 신청했고, 1심이 이를 기각하자 항고에 이르렀습니다.

 

분양계약서에 "관리인은 분양회사가 지정한다"고 써있다면? 그 조항, 처음부터 무효입니다 [서울고법 2025라2035]

② 법원이 확인한 3가지 핵심 판단

 

🔑 판단 1 : 분양계약서 관리인 지정 조항은 무효

 

서울고등법원은 분양계약서 제14조의 관리인 지정 조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약관법 제6조는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고객이 계약 체결 시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을 불공정 조항으로 보아 효력을 부정합니다.

 

분양자가 매매계약서에 자신이 영구적으로 관리인을 지정·유지하는 조항을 끼워 넣는 것은 이 세 가지에 모두 해당합니다. 나아가 집합건물법 제24조(관리인은 관리단집회 결의로 임면)는 강행규정이므로, 이에 반하는 계약 조항은 효력이 없습니다.

 

🔑 판단 2 : 분양계약서로 만든 관리규약도 무효

 

분양자 측은 "건물관리동의서에 의해 관리규약이 제정되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역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집합건물법 제29조 제1항은 관리규약의 설정·변경·폐지를 구분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이것도 강행규정입니다. 분양자가 분양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만들어 끼워 넣은 관리규약은 이 요건을 충족할 수 없으므로 처음부터 무효입니다.

 

🔑 판단 3 : 관리인이 없는 상황이므로 구분소유자 5분의 1이 직접 소집 가능

 

관리인이 적법하게 선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구분소유자의 5분의 1 이상이 별도의 청구 절차 없이 직접 관리단집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집합건물법 제33조 제4항). 이 사건에서 구분소유자 312명 중 65명 이상이 소집 청구를 한 것은 이 요건을 충족하므로, 법원은 관리단집회 소집을 허가했습니다.


③ 관리단집회에서 다룰 수 있는 안건 — 8가지

 

이번 결정에서 허가된 안건 목록(별지2)을 보면, 분양자 지배하의 집합건물에서 구분소유자들이 정상화를 위해 다루어야 할 사항들이 망라되어 있습니다.

안건
내용
제1호
임시의장 선임
제2호
관리단 대표(관리인) 선임
제3호
관리방법 선정 또는 변경(위탁관리업체 등)
제4호
공용부분 및 대지의 사용·관리·운영, 수선적립금 계획
제5호
하자담보추급권, 하자보수청구 권리행사 위임
제6호
회계감사비, 세무대행비, 관리단 운영비용 등 잡수입 지출
제7호
외부회계감사를 위한 세무사·공인회계사 감사업무 위임
제8호
관리규약 제정

이 8가지 안건은 사실 분양자 측 관리가 고착화된 집합건물이라면 전부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입니다. 관리비 사용 내역, 하자 처리, 수선적립금 행방 — 이 모든 것이 이 관리단집회에서 다루어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④ 실무에서 이 결정이 갖는 의미

 

저는 서울 강남구에서 17년간 변호사로 일해왔고, 그 중 8년은 지식산업센터 관리인을 직접 맡아왔습니다. 분양 현장에서, 그리고 관리 현장에서 동시에 경험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립니다.

 

분양자가 매매계약서에 관리인 지정 조항을 넣는 것은 매우 흔한 관행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구분소유자들이 "계약서에 서명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포기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그 포기가 잘못된 것이었음을 법원이 명확히 선언한 것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 결정이 서울고등법원 레벨에서 확인되었다는 점입니다. 유사한 구조의 집합건물에서 구분소유자들이 관리단집회를 열고 정상적인 관리 체계를 수립하려 할 때, 이 결정은 강력한 선례로 작동합니다.


⑤ 우리 건물도 해당될까? —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합니다.

 

  • ☑ 분양 계약서에 "분양자 지정 관리인"에 동의하는 조항이 있다
  • ☑ 입주 후 수년이 지났는데 관리단집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 ☑ 관리비 내역서를 요청해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 ☑ 하자 처리를 요구해도 관리소 측에서 회피한다
  • ☑ 수선적립금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없다
  • ☑ 관리인 교체를 원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다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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