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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건물, 관리단

집합건물 관리단 규약 무효 | 의결권 77% 쏠림 구조, 대법원이 뒤집었다

by 박휘영 대표변호사 2026. 4. 5.

[집합건물 관리단 규약 무효] 특정 소유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의결정족수, 대법원 "선량한 풍속 위반으로 무효"

 

집합건물 관리단 규약, 의결정족수, 관리인 선임 — 이 세 가지 키워드가 교차하는 분쟁에서, 대법원이 소수 소유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중요한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집합건물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구분소유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입니다. 상업시설 40개 호실, 업무시설 20개 호실로 이루어진 복합건물에서, 업무시설 전체를 단독으로 소유한 D은행이 전체 의결권의 무려 77.52%를 확보한 상황. 그리고 그 구조를 바탕으로 제정된 관리단 규약이 과연 유효한지가 이번 대법원 판결(주심 신숙희 대법관)의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 사건의 구조: 면적이 곧 권력이 된 건물

A건물은 분양 당시부터 독특한 소유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 상업시설 40호실 → B사 신탁
  • 업무시설 20호실 → C은행 매매 취득 후 D은행으로 이전

 

이후 D은행은 면적이 큰 업무시설 20호실 전체를 보유하게 되면서 전유부분 면적 기준 의결권의 77.52% 를 단독으로 쥐게 됩니다.

B사와 C은행은 2011년 8월 합의만으로 건물 규약을 제정했습니다. 이 규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겼습니다.

"관리인 선임 등 관리단 집회 의결은 의결권의 과반수 출석 +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집합건물법은 원래 ① 구분소유자 과반수(인원 기준) + ② 의결권 과반수(면적 기준), 이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의결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규약은 '구분소유자 과반수(인원)' 요건을 통째로 삭제해 버린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D은행은 2020년 6월, 총 구분소유자 41명 중 15명만 참석한 집회에서 자신의 찬성만으로 관리인 E사를 선임했습니다. 상업시설 소유자 37명의 의사는 사실상 묵살됐습니다.


▶ 1심·2심: "규약은 유효하다"

 

집합건물법 제38조는 "관리단 집회의 의사는 법 또는 규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구분소유자 과반수 및 의결권의 과반수로써 의결한다"고 규정합니다.

 

1·2심 법원은 이 조항의 '법 또는 규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이라는 문언에 주목했습니다. 규약으로 별도로 정하면 법정 기준과 다른 의결정족수를 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었고, 따라서 A건물 규약은 유효하다고 봤습니다.


▶ 대법원: "규약 완화는 가능하지만 한계가 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핵심 논리는 두 가지입니다.

 

① 규약 제정 자체가 집합건물법 강행규정을 위반

 

대법원은 기존 판례(2008다61561)를 근거로, 규약의 제정·변경·폐지는 집합건물법이 정한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각 4분의 3 이상 찬성'이라는 강행규정을 통과해야 한다고 확인했습니다. B사와 C은행의 합의만으로 제정된 이 규약은 수분양자(상업시설 소유자)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만들어진 것으로, 그 제정 과정 자체가 하자 있습니다.

 

② 설령 유효하다 해도 '선량한 풍속 위반'으로 무효

 

대법원은 더 나아가, 해당 규약은 구조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봤습니다.

  • 업무시설 소유자는 언제나 과반수 의결권을 가지므로, 의결권 기준만 충족하면 무조건 결의 가능
  • 상업시설 소유자들은 원천적으로 의결권 과반을 차지할 수 없음
  • 규약을 바꾸려면 '4분의 3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업무시설 소유자의 협조 없이는 규약 변경조차 불가능

대법원은 이를 "상업시설 소유자들의 의사 반영을 영구적으로 배제할 위험이 있다"고 표현하며, 사회 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은 규약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판시했습니다.


▶ 이 판결이 갖는 실무적 의미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집합건물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1. 규약 완화에도 '한계'가 있다 — 집합건물법이 규약으로 의결정족수를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특정 소유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소수 소유자의 의사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수준이라면 무효입니다.
  2. 수분양자 배제 규약은 원칙적으로 하자 — 시행사나 신탁회사, 최초 소유자들이 수분양자의 의사 없이 규약을 만들었다면, 그 규약의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3. 유사 구조의 집합건물에 광범위한 영향 — 지식산업센터, 복합용도건물, 오피스텔 등 면적 편중이 심한 집합건물에서 관리단 분쟁이 있다면, 이 판결이 결정적인 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집합건물 관리단 분쟁, 규약의 유효성, 관리인 지위 다툼 — 실무에서 보면 이런 사건들이 의외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규약이 특정 소유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면, 지금이라도 전문가와 함께 효력을 검토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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