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에서 일하다 보면 기업 분쟁의 결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외부에서 오는 분쟁 — 거래 상대방, 소비자, 경쟁사. 다른 하나는 내부에서 터지는 분쟁 — 주주들끼리, 혹은 주주와 경영진 사이.
두 번째가 훨씬 복잡합니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의 싸움이기도 하고, 법 논리와 회사 현실이 충돌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2025년 10월 대법원(2019다236385)이 선고한 이 판결은 그 두 번째 유형의 분쟁에서 나왔습니다.
어느 신발 회사에서 벌어진 일
甲 회사는 신발류를 제조하는 회사였습니다. 중국 등지에서 자전거용 신발을 만드는 해외 자회사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대표이사가 그 자회사 주식을 丙 회사에 팔아버립니다.
주주총회 특별결의 없이.
법에는 명확히 적혀 있습니다.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양도할 때는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를 받아야 한다고요. 사실상 그 사업 자체를 넘기는 거래라면, 단순히 "자산을 팔았을 뿐"이라고 우길 수 없습니다.
그 거래는 법적으로 무효였습니다.
주주들이 선택한 싸움의 방식
주주인 丁 등이 분노했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장면이 펼쳐집니다.
주주들은 직접 그 거래를 뒤집으러 가지 않았습니다. 주주는 회사가 다른 회사와 맺은 계약 관계에 함부로 끼어들 수 없으니까요. 대신 더 영리한 방법을 씁니다.
"그 거래를 주주총회에서 추인하는 안건을 올리자."
추인 결의가 이루어지면 반대 주주로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주식을 공정한 가격에 회사에 팔고 나갈 수 있는 권리입니다. 몰래 진행된 거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하면서, 동시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방법이었습니다.
주주제안서를 냅니다. 발행주식의 3% 이상을 가진 주주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권리입니다.
대표이사가 거부했습니다
그런데 대표이사 戊는 이 주주제안을 거부합니다.
이유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였습니다. 대법원도 그렇게 봤습니다. 주주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는 상법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열거되어 있고, 이 사건의 주주제안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丁 등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기회 자체를 잃었습니다.
그 박탈당한 기회의 가치 — 그것이 손해배상의 대상이 됐습니다.
대법원이 내린 판단
대법원은 단호했습니다.
회사와 대표이사는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대표이사가 업무집행 중 위법행위를 저질렀을 때 대표이사 개인도, 회사도 함께 책임을 진다는 것은 이미 확립된 법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그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덤으로 손해배상에서는 상사법정이율(연 6%)이 아니라 민사법정이율이 적용된다는 것도 명확히 했습니다. 불법행위 채무는 상행위가 아니니까요.

이 판결이 말하는 것
저는 오랫동안 동양그룹 사태, LIG건설 CP 사기, 다인건설 피해자 집단소송 등 기업 관련 분쟁을 다수 다뤄왔습니다. 그 경험에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기업 분쟁에서 소수주주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주제안권, 주식매수청구권, 손해배상 청구 — 이 세 가지가 제대로 연결되면 경영진도 함부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 무기를 적시에, 올바른 순서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주주들이 그랬듯이, 분쟁의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움직인 쪽이 결국 법원에서도 인정받습니다.
만약 지금 회사 내부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진다면, 그리고 당신이 주주라면 — 너무 늦기 전에 전문가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기회의 창은 생각보다 빨리 닫힙니다.
📌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기업분쟁·주주권 소송·집단소송 다수 수행, 경력 17년
📞 02-558-1600 📧 parkbyon77@naver.com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63길 11 이노센스빌딩 2·7·8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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