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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법무

전세권 설정 요구받은 임대인, 근저당권으로 바꾸면 왜 유리할까?

by 박휘영 대표변호사 2026. 4. 21.

 

전세권 vs 근저당권 | 임대인 입장 비교 | 실무 대응 전략


보증금 담보, 임차인이 "전세권으로 해달라"고 요구한다면?

 

고액 상업용 부동산 임대차 계약을 앞두고 임차인 측에서 이런 요구를 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증금 담보로 전세권을 설정해 주세요."

 

특히 대기업이나 자금력 있는 임차인일수록 이 요구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증금 규모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어차피 보증금을 담보하는 것인데 전세권이든 근저당권이든 비슷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 담보물권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임대인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도 전혀 다릅니다. 17년째 부동산 분쟁을 다루어온 변호사로서, 현장에서 마주치는 이 쟁점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Ⅰ. 핵심 비교표 — 한눈에 보는 차이

구분
전세권
근저당권
법적 성질
용익물권 + 담보물권
담보물권만
경매신청 근거
민법 제318조
민사집행법 제264조
별도 집행권원
불필요
불필요
경매 실행 요건
전세권 존재 + 기간 만료 또는 소멸
피담보채권 존재 + 채무불이행 소명
채무불이행 입증
불필요
필요
임대인이 경매를 다툴 여지
매우 제한적
상대적으로 넓음
건물 매각·대출에 미치는 영향
심각한 제약
상대적으로 제약 적음
임차인의 건물 사용·수익권
있음 (용익물권)
없음

 

Ⅱ. 전세권, 왜 임대인에게 위험한가

 

1. 경매 신청 요건이 지나치게 낮다

 

민법 제318조는 이렇게 규정합니다.

"전세권자는 전세금의 반환을 받지 못한 때에는 전세권의 목적물의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

요건은 딱 두 가지뿐입니다. ① 전세권이 등기부에 존재할 것 ②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했을 것

 

채무불이행의 구체적 귀책사유 입증이 필요 없습니다. 임차인이 "아직 못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 소명하면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별도의 판결도, 집행권원도 필요 없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 보면, 계약 종료일 다음 날 보증금 반환이 단 하루라도 늦어지면 즉시 경매 신청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분쟁이 있든 없든, 이유를 따지지 않습니다.

 

2. 임대인이 경매를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전세권 경매가 개시되면 임대인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은 사실상 두 가지뿐입니다.

 

  • 즉시 보증금 전액을 반환하거나
  • 전세권 자체가 무효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

 

전세권이 무효라고 다투려면 전세권 설정계약의 하자를 주장해야 하는데, 이미 합의하여 등기까지 마친 전세권을 무효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경매 정지를 위해서는 공탁 또는 담보 제공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자금 부담이 생깁니다.


Ⅲ. 근저당권, 왜 임대인에게 유리한가

 

1. 피담보채권 소명이라는 절차적 방어막이 있다

 

민사집행법 제264조에 따라 근저당권으로 경매를 신청하려면 임차인은 다음을 소명해야 합니다.

 

① 근저당권 등기 존재 ② 피담보채권의 존재와 범위를 소명하는 서류 제출피담보채권의 이행기 도래(채무불이행 상태)

 

여기서 임대인에게 중요한 방어 포인트가 생깁니다. 임대인이 "채권의 범위와 발생 원인을 다투겠다"고 이의를 제기하면, 법원은 심문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경매개시결정 자체가 지연되거나, 임차인이 별도로 보증금반환 소송을 제기하여 판결을 받은 후 강제경매로 전환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 과정이 수개월에서 경우에 따라 1~2년 이상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전세권 경매와 근본적으로 다른 구도입니다.

 

2. 용익물권으로서의 위험이 없다

 

전세권은 담보물권인 동시에 용익물권입니다. 이는 임차인이 전세권 존속 기간 동안 건물을 직접 사용·수익할 권리를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이로 인해 임대인에게는 추가적인 위험이 따릅니다.

 

  • 건물 매각 제약: 전세권 존속 기간 중 건물을 제3자에게 매각하더라도 새 소유자는 전세권자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수 없습니다. 사실상 건물 매각이 어려워집니다.
  • 대출 제약: 전세권 등기는 등기부에 명확히 공시되어 건물의 담보가치를 크게 훼손합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을 때 심각한 장애가 됩니다.
  • 전전세 위험: 이론상 전세권자는 전세권을 제3자에게 전전세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근저당권에는 이런 용익물권적 성질이 없습니다. 근저당권은 순수한 담보물권으로, 임차인에게 건물을 직접 지배할 권리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Ⅳ. 분쟁 시나리오로 보는 실전 차이

 

상황: 계약 종료 후 보증금 반환을 두고 분쟁이 발생한 경우

 

전세권이 설정된 경우

 

임차인 → 법원 경매신청서 제출 → 법원, 전세권 등기 확인만으로 경매개시결정 → 건물 경매 진행

 

임대인 입장에서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임차인 → 법원 경매신청 + 피담보채권 소명서류 제출 → 임대인 이의 제기 → 법원 심문 절차 → 경매개시결정 지연 가능 → 임차인이 별도 보증금반환 소송 제기 후 강제경매로 전환 필요할 수도 있음

 

임대인이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 다툼을 이어가는 동안 수개월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협상, 자금 조달, 분쟁 해결의 기회가 생깁니다.


Ⅴ. 실무적 조언 — 협상 전에 반드시 확인할 것

 

고액 보증금 상업용 임대차 계약에서 임차인 측이 전세권 설정을 요구해올 경우, 다음 사항을 반드시 짚어보셔야 합니다.

 

✅ 전세권 설정이 임대인에게 의미하는 즉시 경매 가능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가

✅ 건물에 기존 대출(선순위 근저당)이 있는 경우 전세권 순위 문제가 어떻게 되는가

✅ 근저당권 설정으로 임차인의 요구를 충족하되 임대인의 방어권을 보존할 수 있는 협상안이 가능한가

✅ 전세권 설정을 수용할 경우 존속 기간, 자동연장 조항, 해지 요건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담보 방식 하나의 차이가 수십억 원의 부동산에 대한 지배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전문가와의 검토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 마무리

 

전세권과 근저당권은 '보증금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겉으로 보면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임대인 입장에서 전세권은 즉시 실행 가능한 강력한 무기를 임차인에게 쥐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근저당권은 임대인에게 절차적 방어권을 남겨두는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17년간 수많은 부동산 분쟁 현장에서 이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것을 직접 목격해왔습니다. 계약 단계에서 한 번의 선택이 분쟁 발생 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듭니다.

 

전세권 설정 요구받은 임대인, 근저당권으로 바꾸면 왜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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