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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칼럼

"이 판사, 공정한 건가요?" — 17년 차 변호사가 겪은 기피신청의 현실

by 박휘영 대표변호사 2026. 4. 22.

재판을 해보신 분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셨을 겁니다.

"우리 판사님, 혹시 상대방하고 아는 사이 아닌가?"

변호사 17년을 하다 보면 의뢰인들에게 참 자주 듣는 말입니다.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하루에도 수십 건의 소송을 다루다 보면, 재판 결과에 납득하지 못한 의뢰인들이 이런 질문을 들고 오십니다.

"판사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법률 용어로는 기피신청(忌避申請)이라고 합니다. 담당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렵다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을 때, 그 법관을 사건에서 배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입니다.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경험상 기피신청은 인용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제도였습니다. 법원은 오랫동안 매우 높은 기준을 유지해왔습니다.

"당사자의 주관적 불만만으로는 안 된다." "법관이 실제로 편파적인 행동을 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의뢰인이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기피신청이라는 카드를 꺼내기가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용될 가능성이 낮은 신청을 했다가 오히려 담당 법관의 감정을 건드릴 수도 있었으니까요.

 
판사 기피신청의 현실

 


그러던 중 나온 판결 하나

2019년 1월 4일, 대법원에서 눈에 띄는 결정 하나가 나왔습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의 이혼소송. 화려한 이름들이 등장하는 사건입니다만, 이 결정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이름들이 아니었습니다.

임우재 전 고문 측은 항소심 재판부의 기피를 신청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담당 법관이 삼성그룹 실세 임원인 장충기와 사적인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장충기는 이 사건 당사자인 이부진 사장과 밀접한 협력관계에 있는 인물이었죠.

법관이 당사자와 직접 연락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와 가까운 인물과 사적으로 연락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원심은 기각했습니다. "직접 접촉이 없었고, 실제 편파적 재판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그런데 대법원이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이 말한 것 — "국민의 눈높이로 보라"

대법원 2018스563 결정의 핵심은 이 한 문장입니다.

실제로 그 법관에게 편파성이 없거나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경우라도,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불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심을 가질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으면 기피는 인정될 수 있다.

이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인지 아시겠습니까?

이전까지는 "판사가 실제로 편파적이었는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번 결정은 시각을 바꿨습니다. 재판을 받는 사람의 눈으로 보아 불공정한 재판을 받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생기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법원 스스로 말했습니다. 기피 사유는 사법서비스의 소비자인 국민의 눈높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여전히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이 결정을 읽고 "이제 마음에 안 드는 판사는 다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단순한 주관적 불만, 소송 지휘 방식에 대한 불만, 불리한 결정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는 여전히 기피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사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 결정의 진짜 의미는 이것입니다. 이제 법원이 기피 사유를 판단할 때 지나치게 법관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지 말고, 재판을 받는 사람이 느끼는 합리적 우려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입니다.

법을 오래 해온 사람 입장에서는, 이것이 작아 보이지만 사실 꽤 큰 변화입니다.


소송을 앞두고 있다면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증거와 탄탄한 논리입니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절차적 권리를 제대로 알고 때에 맞게 행사하는 것입니다.

기피신청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다면, 타이밍을 놓치지 마십시오. 기피 사유를 안 날부터 지체 없이 신청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조금 늦었다 싶을 때 상담을 오시면 이미 권리가 소멸한 경우도 있습니다.

소송은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냉정하게, 전략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전략에는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아는 것도 포함됩니다.


 

소송 진행 중 담당 판사에 대한 우려가 생기셨나요? 기피신청을 고려해야 할 상황인지, 경험 있는 변호사와 먼저 확인하세요.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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