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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칼럼

"판사님, 이번엔 당신이 피고입니다" — 법왜곡죄, 드디어 시행되다

by 박휘영 대표변호사 2026. 4. 15.

오래전 기억 하나가 있습니다.

 

사건 기록을 보면 누가 봐도 이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증거는 명백했고, 법리도 선명했습니다. 그런데 판결은 달랐습니다. 의뢰인은 울었고, 저는 항소장을 쓰면서도 가슴 한켠이 무거웠습니다. '혹시 이 재판이…' —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 생각을 붙들 법적 수단이 없었습니다.

 

변호사 17년차인 지금도, 그 기억은 가끔 떠오릅니다.


그래서인지, 2026년 3월 12일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날 형법 제123조의2 — '법왜곡죄' 가 공포와 동시에 즉시 시행되었습니다.

 

법왜곡죄 신설, 시행 판사 검사 경찰 처벌받는다

 

판사가, 검사가, 수사경찰이, 고의로 법을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 법이 처벌하는 것은 '실수'가 아닙니다

법왜곡죄는 단순한 판단 착오나 법 해석의 차이를 처벌하는 법이 아닙니다. 핵심은 '목적' 입니다.

 

특정인을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만들 목적을 가지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거나, 범죄를 알면서도 수사하지 않거나, 사실인정과 법률적용을 왜곡하는 행위 — 그것이 처벌의 핵심입니다.

 

말하자면, '실수처럼 포장한 고의' 를 겨냥한 법입니다.


법이 시행된 그날, 곧바로 고발장이 접수됐습니다

시행 첫날,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대법관에 대한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되었습니다. 법이 시행된 지 몇 시간도 안 된 일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법은 오래 기다렸던 '무기'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갑작스러운 '위협'이었던 셈입니다.

 

수사기관 일선에서는 업무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금만 잘못해도 고발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겼다는 것이죠. 어쩌면 그 불안감 자체가, 이 법의 작은 효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처벌이 가능할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이 법은 '목적범'입니다. 판사나 검사의 내심의 의도 — 특정인을 해치려 했다는 그 목적 — 을 입증해야 합니다. 법복 안에 숨겨진 의도를 증명하는 일은, 이 세상 어느 나라 법정에서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한 "'증거해석을 왜곡한다'는 게 대체 뭔가"라는 명확성 논란도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위헌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법의 실질적 위력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 법은 의미가 없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법이 바뀌면, 분위기도 바뀝니다

17년간 법정을 누비면서 느낀 것이 있습니다. 법은 처벌 수단이기 이전에, 행위의 기준선입니다.

 

법왜곡죄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사회가 형사사법 종사자들에게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당신들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메시지요.

 

실제 처벌 사례가 나오든 나오지 않든, 이 메시지가 법정과 수사실 안에 스며드는 것 — 그것만으로도 이 법은 이미 역할을 시작한 것일지 모릅니다.


테헤란로 사무실 창밖으로 봄이 들어오는 요즘, 저는 오래전 그 의뢰인을 가끔 떠올립니다. 그분의 억울함이 법으로 해소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라는 생각과 함께.

 

형사사건, 수사·재판 과정에서 부당함을 느끼고 있다면, 먼저 말씀해 주세요. 17년의 경험으로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 02-558-1600 📧 parkbyon77@naver.com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63길 11 이노센스빌딩 2·7·8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