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폭탄, 알고 보니 신탁이 아니었다
부동산을 신탁등기 했다가 '위탁자 지위'를 넘겼더니 취득세가 수천만 원 부과됐다는 사연, 들어보셨나요?
이런 상황에서 "나는 실질적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게 아니다"라고 싸운 사람이 있었고, 대법원이 2026년 3월 그 손을 들어줬습니다.
사건번호 2025두35801. 취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사건. 파기환송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닙니다. "신탁이라는 이름을 붙였어도, 실질이 신탁이 아니면 신탁법상 신탁이 아니다" — 이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수탁자에게 아무런 관리·처분권이 없는 계약은 '명의신탁'에 불과하고 따라서 부동산 실명법에 따라 무효라고 선언한 중요한 판결입니다.

사건의 구조: 10만 원에 두 번 넘긴 위탁자 지위
사건의 핵심 구조를 먼저 정리하겠습니다.
① 최초 위탁자 ○○○ → 수탁자 □□□에게 신탁등기
○○○은 부동산을 취득한 후, 본인이 위탁자 겸 수익자, □□□을 수탁자로 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신탁등기를 마쳤습니다.
② 1차 위탁자 지위 변경: ○○○ → 이 사건 법인 (양도대금 10만 원)
○○○이 자신이 사내이사로 있는 법인에게 위탁자 지위를 단돈 10만 원에 넘겼습니다.
③ 2차 위탁자 지위 변경: 이 사건 법인 → 원고 (양도대금 10만 원)
그 법인이 다시 원고에게 10만 원에 위탁자 지위를 넘겼습니다.
지방세법 제7조 제15항은 위탁자 지위 이전을 부동산 취득으로 보아 취득세를 부과합니다. 과세관청은 이 규정을 근거로 원고에게 취득세를 부과했고, 원심(항소심)도 "적법한 취득"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이건 신탁이 아니라 명의신탁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신탁계약이 신탁법상 신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근거는 명확합니다.
- 수탁자는 부동산에 관한 일체의 관리·처분을 할 수 없었습니다.
- 수탁자가 받는 신탁 보수도 없었습니다.
- 수익자(= 위탁자)는 언제든 신탁계약을 종료할 수 있었습니다.
- 1, 2차 위탁자 지위변경계약과 결합하면, 최초 위탁자 ○○○은 실질적으로 언제든 자유롭게 신탁재산을 회수하거나 매도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신탁계약의 체결 동기나 이유가 조세 회피의 목적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결국 이 계약은 소유권 명의만 이전했을 뿐, 관리·처분 권한이 수탁자에게 적극적·배타적으로 부여되지 않았으므로 실질은 명의신탁에 불과합니다. 명의신탁은 부동산 실명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이고, 따라서 원고가 위탁자 지위를 유효하게 취득한 것이 아니므로 취득세 부과처분도 취소되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신탁법상 신탁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이 판결이 정리한 기준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진짜 신탁이 되려면: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소유권은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어야 합니다. 수탁자는 신탁 목적 범위 내에서 계약에 따라 관리해야 하는 제한을 부담할 뿐이지, 관리·처분권 자체가 박탈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짜 신탁(= 명의신탁)으로 판정되면: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관하여 대내외적으로 아무런 관리·처분행위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이는 신탁의 본질에 반하는 것으로 신탁법상 신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판단 기준은 계약 명칭이 아닙니다. 신탁법의 취지, 계약 체결 동기 및 목적, 권리·의무 내용, 계약 이행 과정, 관련 약정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실질에 따라 판단합니다.
실무적 시사점: 이런 분들은 꼭 확인하세요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위탁자 지위를 이전받고 취득세를 부과받은 경우 → 신탁계약의 실질을 따져 취소 청구 가능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 신탁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수탁자의 역할이 등기 명의 보유에 불과한 경우 → 해당 계약은 명의신탁으로 무효 처리될 수 있습니다.
- 취득세 부과처분에 불복하여 심판청구 또는 행정소송을 준비 중인 경우 → 이 판결의 법리가 핵심 무기가 됩니다.
- 부동산 관련 세금 절감 목적으로 복잡한 신탁 구조를 설계했거나 설계받은 경우 → 조세 회피 목적이 인정되면 전체 구조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저는 17년간 부동산, 집합건물, 법인 관련 분쟁을 수행하면서 이처럼 명칭과 실질이 다른 계약들이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왔습니다. 신탁이든 매매든 증여든, 계약서 한 장에 적힌 이름보다 실제로 누가 관리하고 누가 처분할 수 있는가가 법적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대법원 2025두35801 판결은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 형식적 신탁 구조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동시에, 수탁자의 실질적 권한 없이 명의만 이전한 계약은 부동산 실명법상 무효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취득세 부과처분을 받으셨거나, 신탁 구조의 적법성에 대해 의문이 생기셨다면, 전문 변호사와 반드시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 02-558-1600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63길 11 이노센스빌딩 2·7·8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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