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양계약 분쟁

재건축 공사대금 못 받았다고 유치권 주장 —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이유

by 박휘영 대표변호사 2026. 4. 25.

 

재건축, 유치권, 불법점유, 건물인도, 공사대금 분쟁

 


"공사비를 못 받았으니 건물에서 안 나가겠다" — 이 말, 법원 앞에선 통하지 않습니다

 

재건축이나 신축 공사 현장에서 종종 벌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시공사나 하수급인이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완공된 건물을 점유하면서 나가지 않는 것입니다. "유치권을 행사하겠다"는 말을 내세우면서요.

 

그런데 이 유치권, 법원에서 실제로 인정받으려면 생각보다 훨씬 엄격한 요건이 필요합니다.

 

2020년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2018가단5192955)은 재건축 아파트를 완공 후 점유하면서 유치권을 주장한 시공사 관계자들에게 건물을 인도하고 약 7,636만 원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의 배경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노후 건물의 소유자 12명이 재건축을 추진했습니다. 이들은 시공사와 총 공사대금 약 30억 원 규모의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완공 후 19세대 중 7세대는 시공사가 분양하여 공사비에 충당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구성했습니다.

 

공사는 2015년 4월 완공되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분양이 무산되고 공사대금 분쟁이 불거지면서, 시공사 대표의 배우자와 자녀가 이 사건 아파트 한 세대에 들어가 거주를 시작했습니다.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으니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명목이었습니다.

 

이 점유는 무려 2015년 7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약 4년에 걸쳐 계속되었습니다.


법원이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민법 제320조에 따라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요건
내용
① 물건 점유
타인의 물건을 점유할 것
② 물건과 관련된 채권 존재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일 것
③ 채권의 변제기 도래
채권의 이행기가 도래하였을 것

이 사건에서 법원은 핵심을 짚었습니다. 점유자들(시공사 대표의 배우자와 자녀)이 자신들이 이 아파트에 관하여 직접적인 채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시공사 대표의 배우자는 "영업담당 이사로서 공사를 수주해 명의를 사용했고, 월급이 아닌 공사 수익을 분배받는 방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녀는 단순히 부모를 따라 들어온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직접점유자 ≠ 간접점유자

 

법원은 또 하나의 중요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불법점유를 이유로 한 건물 인도 청구는 현재 직접 점유하고 있는 자를 상대로 해야 합니다. 간접점유자(실질적 관리자라 하더라도 실제로 물건을 점유하지 않는 자)는 인도 청구의 상대방이 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시공사 법인과 하수급인들은 실제로 해당 아파트를 직접 점유한 사실이 없었고, 직접 점유자는 배우자와 자녀였습니다. 법원은 이 구별을 엄격히 적용하여 법인에 대한 인도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4년치 부당이득 7,636만 원 반환 명령

 

법원은 유치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점유자들의 점유는 권원 없는 불법점유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7월부터 2019년 4월까지의 임료 상당 부당이득 반환을 명했습니다.

 

감정 결과 월 임료는 약 162만~181만 원 수준으로 산정되었고,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쌓인 총액은 76,360,000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연 12%의 지연손해금까지 더해졌습니다.


재건축·신축 현장에서 주의해야 할 체크리스트

 

건물 소유자·재건축 조합원 입장

 

  • 공사 완공 후 시공사 관계자의 무단 점유 발생 즉시 법적 대응 개시
  • 점유자가 실제 채권자인지, 채권의 목적물과 직접 관련이 있는지 확인
  • 불법점유 시작일 특정 (부당이득 기산점이 됨)
  • 명도소송과 동시에 임료 상당 부당이득반환 청구 병행
  • 간접점유자와 직접점유자 구별하여 청구 대상 특정

 

유치권 행사를 고려하는 공사업체 입장

 

  • 유치권 행사 대상 물건과 채권 사이의 견련관계 검토
  • 점유 개시 전 적법한 점유 권원 확인
  • 불법점유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의무 및 형사책임 리스크 검토

마치며

 

유치권은 강력한 권리이지만, 그만큼 요건도 엄격합니다. 공사대금 채권이 있다고 해서 아무 건물이나 점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해당 건물과 직접 관련된 채권이어야 하고, 점유도 적법한 권원에 기한 것이어야 합니다.

 

재건축 현장에서 이런 분쟁을 겪고 계시다면, 지금 바로 법적 검토를 받으십시오. 점유가 길어질수록 소유자의 손해는 커지고, 반대로 점유자의 부당이득반환 부담도 함께 커집니다.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 02-558-1600 📧 parkbyon77@naver.com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63길 11 이노센스빌딩 2·7·8층 (선릉역 10번 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