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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칼럼

[SK그룹 최태원, 노소영 이혼사건] 뇌물로 받은 돈, 재산분할에서 내 기여분이 될 수 있을까요? — 대법원 2025. 10. 16. 선고 2024므13669 판결 해설

by 박휘영 대표변호사 2026. 5. 14.

 

이혼 소송에서 재산분할은 단순히 "누가 얼마나 벌었느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결혼생활 전반에 걸친 경제적 기여, 내조의 가치, 심지어 배우자 부모의 도움까지 복잡하게 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 '도움'이 뇌물로 받은 돈이었다면? 그래도 재산분할에서 내 기여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2025년 10월, 대법원은 이 극히 드문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사건의 배경 — 재벌 총수와 전직 대통령의 딸

 

SK그룹 대표이사(원고)와 아트센터 나비 관장(피고) 사이의 이혼·위자료·재산분할 사건입니다. 두 사람은 1988년 결혼하여 수십 년을 함께했지만, 결국 이혼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것이었습니다. 피고의 아버지(전직 대통령)가 원고의 아버지(재벌 그룹 총수)에게 약 300억 원을 지원하였고, 피고는 "아버지가 사돈에게 준 이 돈이 우리 부부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것이므로 재산분할 시 나의 기여분으로 인정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불법원인급여는 재산분할 기여로 삼을 수 없다"

 

대법원은 민법 제746조(불법원인급여)의 취지를 재산분할 절차에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불법원인으로 이루어진 급부가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반환을 청구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어 허용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뇌물(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돈)이 재산 형성에 도움을 주었더라도, 그것을 법적으로 보호해주는 것은 사회 정의에 반한다는 논리입니다.

Q. 배우자 부모의 경제적 지원도 재산분할에서 기여로 인정되나요?

A. 원칙적으로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부모 등 제3자의 경제적·비경제적 지원이 부부 재산 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면, 해당 배우자의 기여로 참작하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고 대법원은 설명합니다. 그러나 그 지원의 원천이 뇌물 등 반사회적·불법적 행위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 경우에는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 법리가 재산분할 절차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그 기여 주장 자체가 법원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또 하나의 쟁점 — 파탄 이후 처분한 재산, 분할 대상이 되나요?

 

이 사건에서는 재산분할 대상의 산정 기준도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대법원은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 부부 일방이 제3자에게 증여하는 등으로 처분한 재산이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된 것이라면,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존재하지 않는 그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원고(남편 측)는 파탄 이후 자신의 주식 일부를 재단, 부친 추모재단 설립, 친인척 등에게 증여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증여들이 ○○그룹 경영권의 안정적 유지·승계를 위한 사업적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부부공동재산의 형성·유지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이 일반인에게 갖는 의미

 

이 사건은 재벌과 대통령 가문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법리는 일상적인 재산분할 분쟁에도 직결됩니다.

 

첫째, 배우자 부모의 증여·대출·지원이 재산분할에서 어떻게 취급되는지의 문제입니다. 부모가 집 구매 자금을 지원했다면, 혼인 파탄 후 그것이 '내 기여분'이 되는지를 두고 다툼이 생기는 사례는 매우 흔합니다. 이번 판결은 그 지원의 성격과 합법성 여부가 결정적임을 다시 확인해 주었습니다.

 

둘째, 이혼 소송 진행 중 재산을 처분하거나 이전할 경우, 그것이 공동재산과 관련이 있는지에 따라 분할 대상 포함 여부가 달라집니다. 특히 파탄 이후라도 경영상 목적 등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은 기업 오너들뿐 아니라 사업체를 운영하는 일반인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마무리

 

이혼 재산분할은 단순히 재산 목록을 나열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재산 형성의 경위, 기여의 성격, 파탄 시점, 처분 행위의 목적까지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지금 재산분할 문제를 앞두고 계신다면 "우리는 보통 가정이니까 이런 법리는 해당 없겠지"라고 넘기지 마시기 바랍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구조의 문제로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이 복잡하게 느껴지신다면, 그 복잡함이 바로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한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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