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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

자사주 소각 의무화 시대,이사의 충실의무와 손해배상책임을 재점검한다

by 박휘영 대표변호사 2026. 4. 7.

3차 상법개정안 시행으로 자기주식 소각이 법적 의무로 격상되었습니다. 통신 3사 대응 사례를 중심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소각 해태 시 손해배상책임, 그리고 실무상 유의해야 할 법적 쟁점을 살펴봅니다.

INTRO

들어가며 — 상법 개정이 바꾸는 기업 지배구조의 풍경


2026년 3월 6일, 3차 상법개정안이 시행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상장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자사주)의 소각을 원칙적으로 의무화하고, 예외적 보유를 위해서는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한 것입니다. 이는 종전의 '경영진 재량에 의한 자사주 관리'에서 '주주 통제 하의 자사주 처분'으로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특히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사주 처분 계획을 안건으로 상정하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법 개정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기업 경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 글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둘러싼 법적 구조를 면밀히 검토하고,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과 손해배상책임 문제를 중심으로 기업이 유의해야 할 실무적 함의를 정리합니다.

01

3차 상법개정안의 핵심 — 자사주 소각 의무의 법적 구조


개정 상법은 상장회사의 자사주 처분에 관해 명확한 기한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신규로 취득한 자사주는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여야 하며, 법 시행 이전부터 보유하던 자사주는 시행일인 2026년 3월 6일로부터 1년 6개월 이내, 즉 2027년 9월 6일까지 소각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개정 상법 핵심 구조 요약
① 신규 취득 자사주: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 소각
② 기존 보유 자사주: 법 시행일(2026. 3. 6.)로부터 1년 6개월 이내 소각
③ 예외적 보유: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계속 보유 가능
④ 국가기간사업자(통신사 등): 외국인 지분율 규제 충돌 방지를 위해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 '처분'(소각 또는 매각) 허용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처분'의 개념입니다. 통신사업자에게는 소각이 아닌 매각도 허용되지만,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인 지분 49% 한도 규제와의 충돌을 막기 위한 기술적 예외입니다. 원칙은 어디까지나 소각에 의한 주주가치 환원입니다.

1년
신규 취득 자사주
소각 기한
1년 6개월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 기한
3년
국가기간사업자
처분 기한(특례)

02

이사의 충실의무 — 자사주 소각과의 연결고리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로 하여금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는 충실의무(duty of loyalty)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법령'에 의한 의무로 명시된 이상, 이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소각을 해태하거나 지연시키는 행위는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의할 것은, 자사주 소각이 단순히 이사회 결의 사항이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에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입니다. 자사주는 소각되지 않는 한 의결권이 없으나 경영권 방어 수단이나 경영진 보상 재원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사의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핵심 쟁점: 이사가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 등 경영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면서 주주에게 귀속되어야 할 소각 이익을 실질적으로 축소한다면, 이는 충실의무 위반을 넘어 배임적 행위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통신 3사의 사례를 보면, SKT는 180만여 주 중 약 20만 주를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를 소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T는 1,092만여 주 중 임직원·사외이사 보상에 600여만 주를 배정한 뒤 484만 주를 소각 예정입니다. 이처럼 자사주 일부를 임직원 보상에 활용하는 것 자체는 주주총회 승인을 전제로 허용되지만, 그 규모와 조건의 적정성에 대한 사후적 검증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03

소각 해태 시 손해배상책임 — 누가, 어떻게 책임지는가


자사주 소각 의무를 위반한 경우, 이사는 상법 제399조에 따라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나아가 주주 역시 상법 제401조에 따른 제3자에 대한 책임 규정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규정을 근거로 이사에게 직접 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실제 손해액 산정에서는 '소각이 이루어졌더라면 형성되었을 주가'와 '실제 주가'의 차이를 기준으로 하는 차액설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는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다수의 요인 중 자사주 소각 해태만을 원인으로 특정해야 하는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을 수반합니다. 이 부분이 실무 소송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과거 동양그룹 사태LIG건설 CP 사기 사건에서 확인된 것처럼, 기업의 공시 의무 위반과 경영진의 임무 해태는 대규모 집단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 불이행 역시 유사한 법적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체계적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04

주주총회 승인의 법적 효력 — 면책 수단인가, 통제 장치인가


개정 상법은 예외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하거나 임직원 보상 등에 활용하려면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하였습니다. 이 규정은 경영진에게는 면책 논리를, 주주에게는 통제 수단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그러나 주주총회 승인이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나 충실의무 위반에 대한 완전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주주총회 결의로 이사의 임무 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소멸하지 않으며, 결의 내용 자체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하거나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 결의 취소·무효 사유가 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주주총회 안건 설계 단계에서부터 ① 처분 목적의 정당성, ② 처분 규모 및 방법의 적정성, ③ 주주 이익과의 균형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시하여야 합니다. 특히 임직원 보상 목적의 자사주 처분은 그 구체적인 배정 기준과 지급 시기, 수량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사후에 배임 혐의로 번질 수 있습니다.

05

기업과 주주를 위한 실무적 제언


이번 상법 개정은 단순한 절차법의 변화가 아닙니다. 기업 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이사 책임의 실질화를 의미하며, 이에 따라 기업과 주주 모두 능동적인 법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CLOSING

맺음말 — 법은 기업의 나침반이어야 합니다


3차 상법개정안은 '주주 가치 제고'라는 시대적 요청을 법제화한 것입니다. 이사의 충실의무는 이제 선언적 규범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이행 의무와 손해배상책임으로 구현됩니다.

통신 3사의 발 빠른 대응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그 과정에서 임직원 보상과 주주 이익 사이의 균형, 소각 시기의 적정성, 공시 내용의 정확성 등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법적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은 단순한 재무적 이벤트가 아니라, 이사의 법적 의무 이행 여부를 가름하는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기업은 법을 리스크 회피의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영의 나침반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것이 주주, 임직원, 그리고 시장 전체에 대한 이사의 진정한 의무입니다.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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