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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

대표이사 배임·횡령, 형사 유죄만으론 부족하다 — 민사 손해배상까지 받는 법

by 박휘영 대표변호사 2026. 4. 11.

대표이사 배임, 횡령 손해배상, 공동불법행위. 회사 대표이사가 회사 재산을 빼돌렸다는 사실이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회사는 당연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2024년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이 선고한 판결(2021가합101302)은 이 물음에 현실적이고 중요한 답을 줍니다. 배임과 횡령으로 유출된 자금의 경로를 따라가면 그 돈을 받은 제3자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건 개요 — 부동산 매각 대금이 빠져나간 경로

원고는 건설·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전 대표이사(甲)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약 7년에 걸쳐 회사에 대한 배임·횡령 행위를 반복하며 50억 원 이상의 이익을 취했고, 그 형사 사건은 유죄 확정 판결로 종결되었습니다.

 

핵심 범행은 회사 소유 부동산(상가 건물)의 매각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甲은 배임 행위로 취득한 자금을 보전하기 위해 2015. 3.경 피고 C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이 부동산을 약 65억 4,000만 원에 피고 C에게 처분하면서, 원고 회사 계좌에 있던 약 41억 2,500만 원을 피고 C 계좌로 이전시켰습니다. 이후 같은 방식으로 2015. 8.경 피고 D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약 13억 2,100만 원을 피고 D 계좌로 이전시켰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제3자가 피고 E입니다. 피고 E는 피고 C의 대리인으로서 2016. 6. 28. 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 완료 후 매매대금 잔금 9억 2,013만 원을 수령하여 자신 명의 채권에 배당받았습니다.


판결의 핵심 — 세 피고에게 각각 다른 법리 적용

법원은 피고 C, D, E 세 주체에게 각각 다음과 같은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피고 C, D — 공시송달 판결 (5억 원씩)

 

피고 C와 D는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공시송달로 판결이 진행되었습니다. 법원은 甲의 배임·횡령 행위와의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여 각 5억 원의 지급을 명했습니다.

 

피고 E — 형사 무죄에도 불구하고 민사 책임 인정 (9억 2,013만 원)

 

이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피고 E는 횡령방조 혐의로 형사 기소되었고,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라면 민사에서도 책임이 없는 것 아닐까요?

 

법원은 다르게 판단했습니다. 민사상 공동불법행위 책임은 형사 유·무죄와 별개의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이렇습니다.

  • 피고 E는 甲이 배임·횡령 행위를 저지른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습니다.
  • 그 상태에서 피고 C의 대리인으로서 부동산 매각 대금 9억 2,013만 원을 수령하여 자신의 채권에 배당받았습니다.
  • 이는 甲의 배임·횡령 행위로 인한 손해 회복을 방해하고 손해 확대에 기여한 것입니다.

법원은 이를 공동불법행위로 보아 피고 E에게 9억 2,013만 원 전액 배상을 명했습니다. 형사 항소심 무죄 판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입니다.

 

회사 재산 빼돌린데 가담한 사람의 민사책임 판결


이 판결의 핵심 법리 — 형사 무죄 ≠ 민사 면책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구분                                                 형사책임                                                    민사책임
입증 기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거의 우월 (50% 이상)
판단 주체 검사 — 법원 원고 — 법원
목적 처벌 손해 전보
형사 무죄 효과 처벌 없음 민사 책임에 직접 영향 없음

형사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사실은 민사에서 참고 자료가 될 뿐, 민사 책임을 자동으로 면제해주지 않습니다. 반대로, 형사 유죄 확정 판결이 있다면 민사에서 그 인정 사실을 유력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이 독자적으로 민사 책임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대표이사 배임·횡령 피해 회사가 해야 할 조치

① 자금 흐름 추적과 수령자 특정

 

이 사건에서 결정적이었던 것은 피고 E라는 '최종 수령자'를 특정했다는 점입니다. 배임·횡령으로 유출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추적하고, 그 수령자가 불법 행위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②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의 병행

 

형사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압수수색 자료, 계좌 추적 결과가 민사 소송의 증거로 활용됩니다. 두 절차를 전략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③ 가압류 — 빠를수록 유리

 

피고들의 재산이 처분되기 전에 가압류를 걸어놓아야 합니다. 판결이 나오더라도 집행할 재산이 없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형사 고소와 동시에 민사 가압류를 검토하십시오.


저는 동양그룹 증권집단소송, LIG건설 CP 피해 소송 등 대형 기업 관련 집단·단체 소송과 함께, 기업 내 배임·횡령 피해 사건을 다수 수행해왔습니다. 임원 비위로 회사가 피해를 입었다면, 형사 절차와 민사 절차를 어떻게 조합할지 정확한 전략 수립이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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