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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

"이사님, 이제 당신도 피고입니다" — 집단소송법이 바꿔놓을 한국 기업의 풍경

by 박휘영 대표변호사 2026. 4. 13.

저는 집단소송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압니다.

 

동양그룹 피해자들이 처음 사무실 문을 두드렸을 때, LIG건설 CP 피해자들이 뿔뿔이 흩어진 채로 찾아왔을 때를 기억합니다.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크고,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너무 억울한 — 그 감정이 집단소송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집단소송의 문법 자체가 바뀌려 하고 있습니다.


하루 36건.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

미국 로펌 두에인모리스가 발간한 '2026 집단소송 분석 보고서'에는 이런 숫자가 나옵니다. 2025년 미국 연방법원에만 하루 36건의 집단소송이 제기됐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건은 하루 5건. 그리고 그해 예상 합의금 총액은 7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5조 원입니다.

 

미국의 집단소송 사건 수

'기업 천국'이라 불리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 나라보다 훨씬 원고 친화적으로 설계된 집단소송법 제정안이 지금 우리 국회에 14건 올라와 있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보면서, 이것이 피해자 구제의 이야기인 동시에 기업 생태계의 이야기라는 걸 동시에 생각합니다.


바뀐 것, 그리고 더 무서운 것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넓혔습니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기업 이사들의 법적 노출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여기에 집단소송법이 더해지면 어떻게 되느냐. 주주 50인 이상이 모이면 이사 개인을 피고로 하는 집단소송이 가능해집니다. 법인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 이름을 가진 사람 — 대표이사, 사내이사, 사외이사 — 개인을 직접 겨냥하는 소송입니다.

 

그리고 더 무서운 조항이 있습니다. 일부 제정안에 담긴 소급 적용 규정입니다.

 

법이 생기기 전에 발생한 일에도 새 집단소송 절차를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헌법 제13조가 소급입법을 금지하고, 대법원 판례도 이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왔음에도, 입법 과정에서 이 조항이 살아 있습니다. 의심스러운 것은, 이게 전략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 소급 조항을 쟁점화한 뒤 이를 양보함으로써 본체 법안의 통과를 쉽게 하는. 어느 쪽이든, 기업과 이사 입장에서는 긴장해야 할 국면입니다.


집단소송의 진짜 무게

저는 집단소송을 오래 다뤘습니다. 원고 측도, 자문 측도 모두.

 

집단소송의 가장 강력한 힘은 판결이 아닙니다. 소송 제기 사실 자체입니다. 기업은 소송이 제기되는 순간 주가 하락, 평판 손상, 방어 비용이 동시에 시작됩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버틸 수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다릅니다. 단 한 건의 집단소송이 경영진을 방어 모드로 완전히 전환시키고, 경우에 따라 기업 도산까지 이어지는 비대칭적 타격이 됩니다.

 

경영판단 원칙 — 이사가 선의로, 충분한 정보에 기반해 내린 결정은 설령 결과가 나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 — 의 입법이 아직 없습니다. 창날만 갈아놓고 방패는 안 준 겁니다.


테헤란로 창밖에서 보이는 것

강남에서 17년을 일했습니다. 이 거리의 빌딩에 사무실을 둔 기업들, 이사회실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분들이 지금 이 법안을 어떻게 보는지도 압니다 — 막연한 불안감, 하지만 아직은 내 이야기가 아닐 것 같다는 안일함.

 

하지만 법이 통과되는 순간, 풍경은 달라집니다. 지금 준비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는, 법 시행 이후에야 드러나겠지만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이사회 의사결정 문서화, D&O 보험 점검, 과거 주요 결정에 대한 사전 리스크 검토 — 지금이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 02-558-1600 📧 parkbyon77@naver.com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63길 11 이노센스빌딩 2·7·8층 (선릉역 10번 출구)

변호사 경력 17년 · 동양그룹·LIG건설·DLF·아이폰 배터리게이트 집단소송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