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계약 취소, 정말 가능할까요?
"계약서에 서명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취소가 되겠어?"
분양계약 분쟁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십니다. 실제로 시행사·분양대행사 측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어 논리도 "계약서에 서명했으면 끝"이라는 논리입니다.
그런데 2025년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 항소심(2024나80691)은 수분양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계약금 72,186,740원 전액 반환, 소송비용의 90%를 피고들이 부담하라는 판결이었습니다. 착오취소 소송에서 수분양자가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 법리와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 3가지
① 착오취소 vs. 사기취소 — 무엇이 달랐나?
원고(수분양자)는 두 가지 법적 근거를 주장했습니다.
첫 번째 주장 — 사기취소(민법 제110조): 분양대행사 직원들이 수분양자에게 허위 사실을 적극 고지하여 계약을 체결하도록 기망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주장 — 착오취소(민법 제109조): 계약 체결 당시 중요한 사항에 관해 착오가 있었고, 그 착오가 없었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법원은 사기취소는 기각했습니다. 분양대행사 직원들의 설명이 "의도적인 허위 고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착오취소는 인정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이 됩니다.
② 착오취소 인정의 핵심 — "유발된 착오"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는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취소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시행사 측은 당연히 "원고가 스스로 확인하지 않은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달리 봤습니다. 수분양자의 착오가 시행사가 선발·관리하는 분양대행사 직원들에 의해 유발된 것이라면, 그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도 같은 법리를 확인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4다62641, 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2다16087 등). 상대방이 착오를 유발했거나 알면서도 방치한 경우, 착오에 빠진 사람의 중과실은 부정됩니다.
③ 분양대행사는 시행사의 손발 — 책임은 시행사에게
이 사건에서 분양대행사 직원들은 시행사가 선정한 수분양자 모집 창구였습니다. 이들의 설명이나 안내가 수분양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면, 그 법적 결과는 시행사가 안아야 합니다. 법원은 이 구조를 명확히 인정했습니다.
판결 결과 — 수분양자가 돌려받은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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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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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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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 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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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86,740원 (계약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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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이자 기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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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22. (소장 송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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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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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촉진법상 연 5% → 판결 선고일 이후 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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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비용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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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10%, 피고들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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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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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C 회사의 분양대행계약상 의무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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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의 항소는 일부 인정되었고, 1심에서 기각되었던 계약금 반환이 2심에서 인용됐습니다.
수분양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 포인트
1. 착오취소와 사기취소는 다른 법리입니다
사기취소는 상대방의 "의도적 기망"을 입증해야 해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반면 착오취소는 계약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고, 그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인정됩니다. 분양계약 분쟁에서는 착오취소 쪽이 현실적으로 더 실효적인 법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2. 분양대행사 직원의 설명이 핵심 증거입니다
모델하우스 방문 당시의 설명, 계약 전 안내 자료, 카카오톡 메시지, 현장 미팅 내용 등 — 이 모든 것이 "착오가 유발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분쟁이 예상된다면 지금 당장 관련 자료를 보관하십시오.
3. 계약서 확인서에 서명했더라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이 사건에서도 원고는 "분양담당사로부터 별도 확약을 받은 바 없다"는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실제 설명 내용이 달랐다는 점을 인정하여 착오취소를 인용했습니다. 서명 하나로 모든 권리가 소멸하지 않습니다.

전문가 코멘트 — 박휘영 변호사
17년간 수백 건의 분양계약 분쟁을 다뤄온 변호사로서, 이 판결에서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유발된 착오에는 중과실이 없다"는 원칙을 2심에서 명확히 재확인했다는 점입니다. 1심에서 패소한 사건이 2심에서 뒤집힌 것은, 착오 유발의 구체적 경위와 분양대행사와 시행사 사이의 관계 구조를 얼마나 잘 포착해 주장했느냐의 차이였습니다.
분양계약 취소 소송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길 수 있는 사건이 있습니다. 포기하기 전에 한 번 정확히 검토해보십시오.
📞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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