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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건물, 관리단

바다도 결국엔 사람 사는 곳 — 어촌계 분쟁이 법정까지 오는 이유

by 박휘영 대표변호사 2026. 4. 12.

강남 한복판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어촌계 이야기를 꺼내면 조금 어울리지 않는 풍경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주제를 꽤 오래전부터 관심 있게 들여다봐 왔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지식산업센터 관리인을 8년째 직접 맡고 있습니다. 수백 명의 입주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건물을 관리하는 일입니다. 관리단 총회를 열고, 공용부분 사용 규칙을 정하고,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조율합니다. 이견이 생기면 회의실에서 날이 서는 날도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어촌계 분쟁 사건을 처음 검토했을 때, 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거, 내가 매일 하는 일이랑 똑같은 구조인데."


어촌계는 사실 집합건물 관리단과 한 형제다

어촌계는 수산업협동조합법 제15조에 근거한 비법인 사단입니다. 집합건물 관리단도 마찬가지로 비법인 사단이죠.

 

법인 등록이 없다고 권리가 없는 게 아닙니다. 계원들이 모여 하나의 단체를 이루고, 그 단체의 이름으로 어업권을 취득하고 마을어장을 관리합니다. 1976년 수협법 개정 이후로 어촌계는 마을어업권의 법적 주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법원칙 하나가 들어옵니다.

 

민법 제276조. 비법인 사단의 재산은 구성원 전체의 총유(總有)다.

 

총유란, 그 재산이 계원 누구 한 명의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계장의 것도, 창립 멤버의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촌계의 마을어장을 처분하거나 임대하려면 반드시 계원 전체의 총회 결의가 있어야 합니다.

 

어촌계 분쟁 사례, 소송

 

계장의 도장 하나가 모든 걸 결정하면 안 되는 이유

 

현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계장이 마을어장 일부를 외지인 업체에 임대해버립니다. 총회는 없었습니다. 계원들이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내가 다 알아서 했다"는 말만 돌아옵니다.

 

혹은 오랫동안 계원으로 활동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제명 통보를 받습니다. 이유도 불분명하고, 총회에서 해명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법적으로 유효할까요?

 

아닙니다.

 

계장이 총회결의 없이 마을어업권을 처분하면 그 처분은 무효입니다. 계원 제명은 총회 개최 10일 전에 해당 계원에게 사유를 알리고, 총회에서 직접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제명은 결의 자체가 무효가 됩니다.

 

이건 단순한 내부 규정 위반이 아닙니다. 민법이 정한 비법인 사단의 기본 원칙을 어긴 것입니다.


아는 만큼 지킬 수 있습니다

 

집합건물 관리단 분쟁에서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관리인이 아무리 능력 있고 성실해도, 총회결의라는 절차를 생략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촌계도 같습니다.

 

계장이 오래 일했고, 어장 운영을 잘 알고, 외부와의 협상도 잘한다 해도 — 공동재산을 혼자 결정하고 처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어촌계는 수협조합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이중 감독을 받습니다. 불법적인 처분이 있었다면 수협이나 지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로도 있고, 민사소송으로 무효를 다투거나 형사고소로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바다는 넓지만, 법의 원칙은 도시나 어촌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먼저 무엇이 위법인지를 아는 것이 시작입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편하게 연락 주십시오.


📌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비법인 사단·집합건물 분쟁 전문 | 지식산업센터 관리인 8년 직접 운영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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