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식산업센터 관리인을 8년째 맡고 있습니다.
관리인 일을 하다 보면, 억울한 순간이 정말 많습니다. 일부 구분소유자들이 아무 근거 없이 관리인을 흔들려 할 때,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관리인 해임을 요구할 때, 심지어 법원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때. 그 억울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그 순간, 많은 관리인들이 똑같은 생각을 합니다.
"다른 입주자들한테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 내가 얼마나 억울한지, 이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그래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엽니다. 관련 서류 사진을 찍어 올립니다. 그 서류 안에 상대방의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 순간엔 잊혀집니다.
2025년 9월, 울산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
울산 소재 상가 건물의 관리단 회장이 있었습니다. 그를 상대로 일부 구분소유자들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습니다. 피고인은 이 서류를 받아봤고, 소송 과정에서 신청인들의 개인정보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해 12월 어느 밤, 그는 입주자·구분소유주 29명이 있는 단체대화방에 가처분신청서 스캔본을 올렸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억울한 상황인지 알리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그 서류에는 신청인 9명의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주소지가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결과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벌금 100만 원 유죄 판결이었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25고정363).

법원이 고의를 인정한 이유 — 낱장으로 분리해서 올렸다
피고인은 법정에서 말했습니다. "개인정보를 유출하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피고인은 서류를 낱장으로 분리하여 별도 사진으로 게시했습니다. 파일 전체를 그냥 공유한 게 아니라, 선별해서 사진을 찍어 올렸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이 행위 자체가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보았습니다.
억울한 마음이 아무리 진심이어도, 그 행동은 고의적인 유출로 판단된 것입니다.
관리인이라는 자리가 갖는 무게
저는 이 판결을 읽으면서 관리인으로서의 제 경험을 다시 되짚었습니다.
관리인은 업무 특성상 수백 명의 개인정보를 보유합니다. 성명,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관리비 납부 현황. 이 정보들은 건물 관리라는 목적 하에 합법적으로 수집된 것들입니다. 그런데 그 목적 외로 사용하는 순간, 그것은 업무상 취득한 정보의 남용이 됩니다.
법원도 정확히 그 지점을 짚었습니다. 피고인이 가처분신청서를 통해 취득한 개인정보는 관리인 자격으로 알게 된 정보였습니다. 그것을 임의로 유출한 것은 허용된 권한을 초과한 행위라고 본 것입니다.
억울한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싶은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한순간의 행동이 형사피고인이라는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관리인이 기억해야 할 것, 딱 하나
소송 서류, 동의서, 신청서. 이런 서류들을 공유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반드시 개인정보를 가린 다음 공유하십시오.
억울함은 법적 절차로 푸십시오. 총회에서 구분소유자들의 신임을 확인하고, 법원에 반박 자료를 제출하고, 필요하다면 맞대응 소송을 준비하십시오.
관리인으로서의 판단 하나하나가, 관리인 본인에게도 법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 무게를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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