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도 매달 한 번씩 지식산업센터 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합니다. 변호사이기 이전에 관리인 자격으로요. 8년째 그러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늘 느낍니다.
관리를 맡는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수백 명의 구분소유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고, 모든 지출 결정에는 누군가의 불만이 따라붙고, 선의로 한 일이 나중에 법적 책임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그 외로움이 법정으로 이어진 한 사건 이야기를 해드리려 합니다.
4억 원짜리 합의금이 만든 분열
C아파트 옆에서 대형 건설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소음과 분진, 균열. 주민들은 지쳤고, 결국 공사업체와 피해보상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세 아파트가 공동으로 받은 합의금, C아파트 몫은 전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그 돈을 어떻게 쓰느냐였습니다.
일부 동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돈은 우리 동이 더 피해를 입었으니 우리 것이다." 예금에 가처분까지 걸었습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횡령죄로 형사 고소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회장이 전체 입주민 67%의 서면 동의를 받아 합의금 중 500만 원을 형사사건 변호사 선임료로 지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고의가 없다"
대법원(2009도3982)은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원심 무죄가 유지되었습니다.
핵심 논리는 이렇습니다.
원칙적으로 단체 돈으로는 단체 자신이 당사자인 소송의 변호사비만 낼 수 있습니다.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인 사건의 비용은 단체가 부담할 수 없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분쟁의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단체에 있고,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 업무와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단체의 이익을 위해 소송에 대응해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 그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단체 비용 지출이 허용됩니다.
이 사건의 회장은 전체 주민을 위한다는 신념으로, 규약에 따라, 절대다수의 동의를 받아 행동했습니다. 법원은 거기서 횡령의 고의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관리 현장에서 제가 보는 것들
강남 한복판에서 변호사를 하면서, 동시에 관리인을 맡으면서 저는 이런 장면들을 매우 가까이서 봐왔습니다.
총회 결의 없이 긴급 수선비를 집행하고 나중에 추인받았는데 횡령으로 고소당하는 관리인. 단체 소송 법률비용을 관리비에서 집행했다가 임기 후 감사에서 문제가 된 입주자대표 회장. 비상 상황에서 단독으로 결정했다가 소수 반대 세력의 타깃이 된 관리위원.
모두 선의로 행동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법적 분쟁에서 선의는 스스로 증명해야 합니다.
억울하게 고소당하셨다면
이 판결이 주는 교훈은 분명합니다.
지출 당시의 동의 절차와 서면 기록이 전부입니다.
회의록, 동의서, 규약 조항, 공지 문자. 이것들이 훗날 여러분을 지키는 방패가 됩니다.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면, 지금 당장 그 기록들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미 고소가 들어왔다면 — 지체 없이 연락해 주세요. 법정 논리보다 현장 경험이 더 중요한 분야가 바로 이 분야입니다.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 02-558-1600 📧 parkbyon77@naver.com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63길 11 이노센스빌딩 2·7·8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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