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상가 등 집합건물을 운영하는 관리단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대법원 판결이 2025년 2월 선고됐습니다.
집합건물 관리단이 신탁등기된 부동산의 관리비를 신탁회사(수탁자)에게 청구했을 때, 신탁회사가 "계약서에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한다고 돼 있다"며 거부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대법원의 결론은 단호했습니다.
"신탁계약에서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한다고 정했고, 그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등기부에 편철되었더라도, 수탁자(신탁회사)는 제3자인 관리단에게 이로써 대항할 수 없다."

사건의 배경 — 신탁회사가 관리비를 안 낸 이유
담보신탁계약에 따라 집합건물의 전유부분에 대해 신탁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된 상황에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원금 약 714만 원 및 연체료 약 60만 원의 관리비가 체납됐습니다.
관리단(원고)은 등기부상 소유자인 신탁회사(피고)를 상대로 관리비를 청구했습니다. 그러자 신탁회사는 이렇게 맞받았습니다.
"신탁계약서에 '위탁자는 신탁부동산에 관한 관리비를 부담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이 계약서가 신탁원부에 포함되어 등기부에 편철까지 되어 있으니, 이 내용으로 관리단에게도 대항할 수 있습니다."
원심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신탁계약에서 관리비를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정했고, 신탁계약서가 신탁원부에 포함되어 등기의 일부가 됐으므로, 피고는 관리비 지급책임의 주체가 위탁자라고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리단 패소였습니다.
신탁법 개정이 바꿔놓은 것 — 구법과 신법의 결정적 차이
이 사건의 핵심은 어느 신탁법이 적용되는가입니다.
| 조문 | 제3조 제1항 | 제4조 제1항 |
| 대항력 범위 | "신탁"을 등기하면 신탁 전체 내용으로 대항 가능 |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만 대항 가능 |
| 관리비 부담 약정의 대외 효력 | 인정 (대법원 2012다13590) | 인정 안 됨 |
대법원은 현행 신탁법 제4조 제1항은 "신탁의 등기를 함으로써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알리는 것에 그칠 뿐 신탁계약의 세부 내용까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신탁계약에서는 신탁계약의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등기기록의 일부로 보게 되더라도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 외에는 이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한 이유
원심은 신탁계약에서 관리비 납부의무를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정하였고, 이러한 사정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가 관리비를 부담할 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판단도 하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는데, 이는 신탁법 제4조 제1항 및 부동산등기법 제81조 제3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대법원은 명확히 밝혔습니다.
대법원이 원심에 요구한 것은 이것입니다. 신탁계약 내용과 관계없이, 관리비의 법적 성격과 관리단 규약을 기준으로 수탁자(신탁회사)에게 관리비 납부의무가 있는지를 따로 심리하라는 것입니다.
이 판결이 집합건물 관리 현장에 미치는 영향
관리단·관리회사 입장에서:
- 신탁회사(수탁자)가 등기부상 소유자로 기재된 이상, 신탁계약서에 무슨 내용이 있든 1차적 청구 상대방은 신탁회사입니다.
- 신탁회사가 "신탁계약상 위탁자 부담"이라는 주장으로 지급을 거부하면, 그 주장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 체납 관리비 소송에서 신탁회사를 피고로 삼는 것이 올바른 전략입니다.
신탁회사 입장에서:
- 등기 명의자로 있는 집합건물에서 관리비 납부의무를 부담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 신탁계약에서 위탁자에게 관리비 부담을 약정했더라도, 그것은 위탁자와의 내부 문제이고 관리단에 대한 책임은 별도입니다.
변호사 17년, 8년 관리인 경험에서 본 실전 포인트
저는 지식산업센터 관리인을 직접 8년째 맡고 있습니다. 관리 현장에서 신탁 부동산의 관리비 미납은 매우 흔한 문제입니다. 신탁회사는 "우리는 형식상 명의자일 뿐"이라며 관리비를 미루고, 위탁자(실질 사업자)는 자금 사정이 어려워 못 내겠다 하면, 관리단은 그야말로 양쪽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싸움의 출발선을 분명히 했습니다. 등기부에 올라온 이름이 책임의 이름이라는 것입니다. 관리비 체납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 집합건물 관리단이라면, 신탁등기 여부와 관계없이 등기 명의자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지금은 가장 합리적인 전략입니다.
📌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집합건물 분쟁·관리비 소송·지식산업센터 관리 변호사 경력 17년 | 지식산업센터 관리인 8년 | 집합건물 분쟁 다수 수행
📞 02-558-1600 📧 parkbyon77@naver.com 📍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63길 11 이노센스빌딩 2·7·8층
'집합건물, 관리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지식산업센터 관리단집회 결의무효 — 소집권한·의결정족수 2중 하자로 승소한 실제 판결 분석 (수원지법 성남지원 2023가합406545) (0) | 2026.04.15 |
|---|---|
| "용역비 안 내면 업무 못 넘겨요" — 관리단이 출범했는데 기존 관리회사가 버티고 있다면 (0) | 2026.04.14 |
| "관리단이요? 우리는 그냥 모인 사람들인데요" — 대법원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0) | 2026.04.12 |
| 아파트 회장이 변호사비 500만 원을 공금으로 냈다 — 횡령일까요, 아닐까요 (0) | 2026.04.12 |
| "우리 어촌계 정관이 뭐라고 되어 있는지 모르겠어요" — 그 말에서 분쟁이 시작됩니다 (0) | 2026.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