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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법무

계약 이행불능, 위약벌 청구 실패 — 가처분이 있어도 이행불능이 아닐 수 있다 [대법원 2024다205170]

by 박휘영 대표변호사 2026. 4. 7.

계약이 흔들리고 있다면, '이행불능'인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기업 m&a 또는 주식양수도계약에서 가처분이 있어서 분쟁이 발생한 사진

기업 간 대형 M&A 계약에서 한쪽이 움직이지 않을 때, 상대방은 본능적으로 "계약을 해제하고 위약벌을 받겠다"고 나섭니다. 그런데 실제 소송에서 위약벌 청구가 성공하려면, 계약 해제의 법적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계약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여도, 법원이 '이행불능'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위약벌은 물론이고 계약 해제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25년 대법원은 M&A 협약 분쟁에서 중요한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상황에서도 이행불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오늘은 이 판결이 계약 분쟁 실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풀어드리겠습니다.


사건의 배경 — 320억 원이 걸린 경영권 양수 협약

 

이 사건의 구조는 꽤 복잡합니다. 단계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단계내용

 

갑 회사의 최대주주(피고들)가 을 회사와 주식 양도계약 체결
피고들이 양도계약을 이행하지 않자, 을 회사가 주식 양도청구 소송 제기
원고(제3자)가 피고들에게 제휴증거금 320억 원을 지급, 소송 승소 시 주식 및 경영권 양수 협약(이 사건 협약) 체결
법원이 피고들에 대해 협약 이행행위 금지 가처분 결정
원고가 피고들에게 임원 사임 요구 → 피고들 거부
원고가 계약 해제 + 위약벌, 예비적으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320억 원의 증거금이 걸린 상황에서, 가처분까지 발령되었으니 원고 입장에서는 "이제 계약 이행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 무리는 아닙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핵심 쟁점 ① — 쌍방 귀책 없는 이행불능 시 부당이득 반환 가능한가?

 

먼저 대법원이 정리한 법리 원칙부터 짚겠습니다.

민법 제537조(채무자위험부담주의)는,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쌍방의 귀책사유 없이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 채무자는 자신의 의무도 면하고 상대방의 이행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경우 이미 지급한 돈은 어떻게 될까요?

대법원 판단: 이미 이행한 급부는 '법률상 원인 없는 것'이 되어,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가능합니다 (대법원 2009다98655, 2017다254228 등 참조).

 

즉, 쌍방 귀책 없는 이행불능 → 계약상 의무 소멸 → 기지급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 가능, 이것이 원칙입니다.


핵심 쟁점 ② — '이행불능'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대법원은 이행불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절대적·물리적으로 불능인 경우가 아니라, 사회생활의 경험법칙 또는 거래상 관념에 비추어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 대법원 2016다200729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추가 요건이 있습니다.

 

사회통념상 이행불능으로 보려면, 이행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충분히 인정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지금 당장 어렵다" 수준으로는 부족하고, 이행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완전히 닫혔다는 사정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핵심 쟁점 ③ — 가처분 결정 = 이행불능인가? 대법원의 결론

 

원심(2심)은 가처분 결정이 확정된 무렵부터 피고들의 협력의무가 이행불능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파기환송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가처분은 '일시적·잠정적' 효력 가처분은 본안 판결 확정 시까지만 효력이 있습니다. 본안 소송에서 판결이 나면 가처분의 효력은 소멸되고, 피고들의 협력의무 이행이 다시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② 잠정적 이행 불가 ≠ 이행불능 이행이 일시적으로 어렵거나 금지된 상태는, 영구적·확정적으로 이행이 불가능한 '이행불능'과 다릅니다. 법원이 요구하는 것은 객관적·확정적 불능입니다.

 

③ 따라서 원심 판단은 잘못 가처분 결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행불능을 인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므로, 파기·환송합니다.


이 판결이 실무에 주는 3가지 교훈

 

① 가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이행불능·계약 해제가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가처분은 잠정 조치입니다. 계약 해제를 시도하기 전, 이행불능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②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예비적으로 병합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행불능이 인정되는 경우, 기지급금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는 강력한 수단입니다. 주위적 청구(해제·위약벌)가 기각되더라도 예비적 청구로 회수 가능성을 열어두는 소송설계가 필요합니다.

 

③ '이행불능' 요건은 엄격합니다 단순한 이행 곤란, 지연, 잠정적 금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행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객관적이고 충분한 사정'을 입증해야 합니다.


마치며 — 계약 분쟁, 전략이 결과를 바꿉니다

 

320억 원이 걸린 M&A 분쟁에서도 소송 전략의 설계가 결과를 갈랐습니다. 이행불능, 위약벌, 부당이득반환이라는 세 가지 법적 수단을 어떤 순서와 조합으로 청구하느냐가 핵심입니다.

 

계약 분쟁, 특히 대형 계약의 이행불능·해제·위약벌 문제는 17년의 실전 경험과 집단·기업 소송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가와 함께하셔야 합니다.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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