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오전,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목소리가 굳어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50대 대표님이었는데, 거래처와의 분쟁이 생각보다 빨리 법적 단계로 넘어가버린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습니다.
"변호사님, 지급명령이 왔다는 걸 알았는데… 사실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요. 2주가 지나버렸어요. 이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나요?"
저는 잠시 멈췄습니다. '2주'라는 숫자가 가진 무게를 알기 때문입니다.

지급명령, 알고 보면 무서운 제도입니다
법원은 매우 간단한 절차로 지급명령을 발령합니다. 채권자가 신청서를 내면, 채무자를 부르지도 않고, 증거를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발령합니다. 그리고 채무자가 이걸 받고 2주 안에 이의를 신청하지 않으면 — 확정판결과 똑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17년 동안 법정을 누비면서, 저는 이 '2주'라는 기간에 발목 잡힌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바빠서, 몰라서, 혹은 그냥 괜찮겠지 싶어서.
그런데 끝이 아닙니다.
문이 하나 닫히면, 다른 문이 열려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17년을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배운 것 중 하나가 이겁니다. 법은 생각보다 '사람'을 고려합니다.
지급명령은 채무자를 심문하지 않고 발령됩니다. 그래서 법은 채무자 보호를 위해 두 개의 문을 더 열어두었습니다.
첫 번째 문 — 추완이의(추후보완 이의신청)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2주를 놓쳤다면, 그 사유가 사라진 시점으로부터 2주 안에 다시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급명령이 나도 모르는 주소로 갔다면, 내가 입원해 있었다면, 실제로 문서를 받지 못할 사정이 있었다면 — 이 문이 열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강제집행을 당하던 의뢰인이 "알고 보니 공시송달로 처리됐더라"는 걸 확인하고 추완이의로 본안 절차를 되찾은 경우를 저도 경험했습니다.
두 번째 문 — 청구이의의 소
이미 강제집행이 시작됐다면, 실체적인 반박을 청구이의의 소로 할 수 있습니다. 빌린 돈이 아닌데, 이미 갚았는데, 계약 자체가 무효인데 — 이런 항변은 지급명령이 발령되기 전 사유도 포함됩니다. 일반 확정판결에서는 이걸 '기판력'으로 막지만, 지급명령에는 그 제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대표님께 제가 처음 물어본 것은 딱 하나였습니다.
"지급명령이 어디로 송달됐는지 아세요?"
송달이 적법하지 않았다면, 2주의 카운트다운 자체가 시작되지 않은 겁니다. 이 지점 하나가 상황 전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법은 복잡하지만, 막혔다고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그 문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게 변호사의 역할입니다.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박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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